만화
피의 흔적


오시미 슈조

총 17권이라는 장편이지만 정말 누워서 (ㅋㅋ) 단숨에 읽어버렸다….
흡입력이 굉장한 만화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움직이는 원료는 대부분 등장인물의 감정선임에도 불구하고 루즈해지는 구간 없이 이 정도까지 끌어나가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다정하고 아름다운 엄마에게 듬뿍 사랑을 받던 세이치. 가끔 숙모와 사촌이 놀러와 듣기 싫은 말을 하곤 하지만, 어쨌거나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나….
가족들끼리 단체로 간 산행에서 엄마가 사촌을 절벽에서 빌어버리면서 세이치의 세계가 요동치게 된다.

사실 이 리뷰를 쓰는 지금은 책을 읽고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라서, 사이의 세세한 감정변화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재판장에서 세이코의 대사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 이제 버리겠습니다, 자식을. "

뭐라고 해야 하지, 아들인 세이치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여줬던 세이코의 본심은… 본 목적은… 아들을 비롯한 모든 것에서부터 해방되는 것이었다는 게.그리고 법정에서 그 사실을 선언하는 세이코가 너무 자유로워 보여서. 그래서 굉장히 소름끼치는 묘사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기립박수 나오는 장면.

만화는 단순히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노인이 된 세이코와 세이치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솔직히 말하면 여긴 도파민 별로 없어서 대충 읽었어요 죄송. ^-^; 늙어서 치매에 걸린 세이코의 죽음까지 보여주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했다. 이 꼬인 가족 관계도 조금은 풀어지는 걸까? 작가가 이걸 의도한 게 맞을까? 잘 모르겠다 솔직히 후반부는. 징벌적으로 끝나지 않은 게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 리뷰 중 아버지에 관한 것도 기억에 남았다. 뭔가 이 꼬라지가 나도 아내를 믿고 이혼을 안 한다고 말한다고? 싶어서 좀 충격적이고 뭔가 유약하지만 헌신적인 아버지… 정도로 느껴졌는데 그 리뷰에서는 가족에게 잘 하는 아버지인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세이코의 근원적인 고독함과 드문 드문 보이는 붕괴의 징조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직 표면적으로 보이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만 신경썼다고 지적해서 이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구나, 맞는 말이다 싶었다. 다른 사람 감상을 보는 건 이래서 재미있어.

오타쿠 취향적으로 나는 가스라이팅 하며 자기 뜻대로 이끄는 여자를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ㅋㅋ)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장녀긴 하지만 패밀리 이슈에 그다지 음… 뭐가 없는 사람이라 읽으면서 힘들지도 않았던 듯. 그렇지만 트리거 워닝이긴 합니다…. 버튼 있는 사람이면 씨게 눌릴 것 같아.

그리고 다 읽고 제일 무서웠던 것 :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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