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재미포인트가 비슷해서 반갑습니다… 심지어 자살해버린 모 게임에 대한 감상도 비슷하네요, 저도 그 열차 정말 좋아했단 말이에요….. 과정은 나가리치고 결과만을 중시하는 와중에 높으신 분들은 잊어버릴 고통도 참지 못하고 돈만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도시, 라는 사회 공간을 열차에 구현했다는 점에서 좋아했거든요… 같은 맥락으로 무한 열차의 에피소드를 좋아합니다. 귀족이 있는 칸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안락한 방 안으로 누구도 들여보내주지 않는데 노동자들이 타는 꼬리칸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모습이… 시간마저 이들에게 평등하지 않아서, 노동자들은 빨리 늙어버리고 빨리 죽어버렸지요. 현실처럼요…
쓰다보니 그냥 무한 열차가 좋은 점을 필.버 하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암튼
Coc 교보재로 삼기 좋은 소설이라는데에 붐업하고요, 에피소드가 완결나면서도 다음 에피로 이어지는게 진짜 캠페인..
크툴루 전집을 읽기는 하였지만, 21세기를 사는 동양인에게는 참으로 ‘그래, 우리 러브크래프트 어린이가 무엇을 무서워했는지 알겠어.‘ 라는 감상이었지 공포를 느낀 적 없거든요. 전툴루는 러브크래프트가 꾸던 공포를 현실에 잘 버무린 듯 해요. 19세기 영국의 현실과 역사, 픽션과 인물을 크툴루에 잘 비비기도 하였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현대인이 ’사회‘에서 느끼는 두려움도 잘 버무렸다고 생각해요. (런던 대화재를 보는 콩: 무서워)
갑자기 남의 감상문에 이런 긴 글 냅다 달기 죄송합니다. 근데!! 님의 글을 보니!! 저도 읽으며 느꼈던 감상이!!! 댓글의 영감이!!! 저에게 ’처음 전툴루를 읽었을 때 느꼈던 재미와 말하고 싶었던 것들‘ 을 떠올리게 해주셨음!!!!!!!!!!!!!!!!!!!!
여러가지로 공감되어서 붐업하고 갑니다. 이런…결 잘 맞는 감상문 읽어서 행복해요. 오늘의 일기에도 적어야지.
COMMENT ▼
전툴루는 1월 말 쯤… 리디북스에서 설날 판소 100화 무료 이벤트를 하길래 찍먹해본 소설이다. 트위터에서 콩님이 양판소 느낌은 아니고 러브크래프트 느낌 제대로 말아주고, 템즈 강의 악취가 나는 소설이라는 표현을 쓰셔서 궁금해져서 ㅋㅋㅋㅋㅋ 100화 무료 이벤트도 하겠다 시작해봤고 저는 정말 재밌었더염….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작가가 사전 자료조사를 많이 했고, 평소에 빅토리아 시대 즈음의 영국을 정말 열심히 덕질했다는 티가 나고요. 고증에 집착하는 오타쿠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 실제로 존재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할 거라면 고증이 확실한 편이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러브크래프트 식 공포를 정말… 정말 잘 재현함. 진짜로.
개인적으로 이 점에서 CoC 향유자 필독서로 지정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ㅋㅋㅋㅋㅋㅋ 근데 농담 아니고 완결까지 읽지는 않더라도 초반 100화 정도 까지만 읽어도 진짜 감이 확 온다니까요 100화도 아님 어인 나오는 그 파트만 봐도…) 솔직히 트위터 오타쿠로서 CoC 시나리오는 여러 번 갔지만, 이 신화적 공포라는 것이 잘 와닿지 않을 때가 많고 뭔가 공포심이 옅어진다는 느낌? 그런게 아무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대충 느낌상~으로는 알겠는데! 정도. (시나리오나 플레이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내가 러브크래프트 소설을 안 읽어서…… 라고 생각) 그렇다고 럽크 소설을 읽자니 그건 또 뭔가 싫은 거다…. 아무튼! CoC 공포를 느끼고 싶은데 럽크 소설은 보기 싫다? 그럼 전툴루 진짜 강력 추천합니다. 진짜 뭔지 좀 알겠어요.
개인적으로 좋았던 에피소드는 무한열차 에피소드…. 이건 사실 전툴루 읽었던 트친 대부분이 좋아하던데 ㅋㅋㅋㅋㅋ 그럴 수밖에 없죠? 그리고 지금은 자살한 그 게임의 W사가 생각나서 나 진짜 슬펐다…. 저는 그 열차 설정을 진짜 진짜 진짜, 정말 정말 정말로 진짜 진짜 정말로 좋아했더염 하 이 생각하면 울고싶다 진짜. 나는 림버스 컴퍼니에 뼈를 묻을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게임 발매 4달만에 게임이 자살하다 나 진짜 이 생각만 하면 미치고 팔짝 뛰겠음 지훈이가 그딴 선택만 안했다면 저는 아직도 장르 부랑자가 아니었겠죠 아 너무 원통하다 나의 싱클레어야…. 네 저 아직 싱클레어 못 잊었어요 왜요? 영원히 못 잊을듯.
아니 위에는 얘기가 좀 샜고…. 아무튼 그 에피소드! 정말 좋았는데 좀 찾아보니까 연재 당시에는 루프를 반복하면서 실시간으로 연재분을 수정했다고 해서 와…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이게 루프라서 매 화마다 도입부가 거의 반복되고 이제 점점 달라지는 부분이 나타나는 구성인데 작가가 실시간으로 업로드 후 수정을 할 수 있다는 웹소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좋았던 건… 드림랜드 에피소드. 사실 처음 앨리스가 등장했을 때는 음? 싶었는데 (저는 괴짜 캐릭터에 특별한 호가 없어요) 아니 앨리스가 레몬아조씨랑 다니면서 나도 정이 들었는지 진짜…. 와 근데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거 앨리스가 결국 'Alice in Wonderland'의 그 앨리스잖아. 이걸 크툴루식으로 변형해서 드림랜드의 거주자로 앨리스를 설정한 게…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거울을 통해 금발 앨리스와 흑발 앨리스의 교체가 이루어지는데 이것도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생각나서 걍 좋고… 전반적으로 오마주? 패러디? 가 크툴루랑 잘 결합되어 있어서 재밌었다.
아니 근데 좋았던 에피소드 하나하나 얘기하자면 사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좋았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셜록 홈즈, 반 고흐, 앨리스 등 우리 세계에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나 유명한 창작인물이 등장해서 이번에는 누가 나오려나! 하고 궁예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또 머리 아팠던(+) 포인트! 진짜로 신선하다고 생각했던 설정인데, 원래 영국 왕가는 튜더 왕조인데 작중의 영국에서는 튜더가 아니고… 튜더한테 요크가 이겼다는 세계선이다. 이걸 회귀자인 레몬 아저씨가 깨닫고 여기서 또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덕분에 영국 역사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어요. ^^
뭐라는지 모르겠어서 구글에 장미 전쟁… 타닥타닥… 앙주 가문… 타닥타닥 이런 거 검색해서 정독했다. (몰라도 이해할 수 있긴 함)
이 부분에서 진짜!!! 좋았던 건 작중에서 큰 빌런으로 나오는 '왕립 학회 회장'이 결국 알렉산드리나 빅토리아 였던 건데, 악마의 힘으로 전복된 역사를 다시 뒤집고 튜더가 승리한 세계선을 만들고자 했던 인물이라는 게… 룽해서 진짜 좋았고.
정말 결정적으로 좋았던 것!!!
>> 그녀는 떠는 손으로 목에 건 로켓을 열었다. 그리고, 사랑스럽게 웃었다. "당신, 여기 있었군요. 내 사랑, 앨버트" <<
아 진짜 이 부분 너무 좋아서 팔짝 뜀…. 위에서 역사 공부하다가 안 사실인데 앨버트 대공은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고 (실제 역사 말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실제로 남편에게 빠져 살았다고 한다. 이게 뭐 남자에 빠져서 나라를 망친… 이런 건 절대 아니고 심적으로 의지하고, 뭔가 그런 성격적 결함들을 앨버트 대공이 잘 커버해 줬다는 듯. 실제로 나라를 통치하는 데에 있어서는 강한 군주의 성격을 보였다고 합니다…. 아무튼간에! 레몬 아저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회장의 목적이 권력을 되찾는 것이라고…. 필레몬은 사람들을 그렇게나 희생시킬 만큼 권력이 그렇게 좋냐, 라고 언급까지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원했던 것은 권력도 뭣도 아니었고, 역사가 바뀌어 버려서 이제 남의 남편이 되어 버린 앨버트였다는 게!!! 진짜 참을 수 없이 좋음!!! 진짜 정말정말 좋음!!! 이거 쓰면서 다시 느끼는데 진짜 너무 좋은 마무리이자 최후의 한마디였다….
그러니까 권력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권력은 사랑을 위한 도구였던 거임. 앨버트 공은 영국 여왕의 남편이 될 거니까, 영국 여왕이 될 수밖에 없었던 거야…….
+) 실제 역사에서도 앙주 가문이 악마의 혈통이라는 루머?가 있었다고 한다. <리버스: 1999>의 앙쥬 날라가 앙쥬… 인게 이 영향도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 좋은 점을 잔뜩 써놨지만 사실 단점도 있는 소설이다. 일단, 절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호불호를 많이 탈 것 같아…. 나는 약간 홍대병이 있어서 너무 어렵지만 않다면 적당한 난해함은 오히려 좋아! 느낌. 근데 튜더 왕조 나왔을 때는 솔직히 좀 골아팠음. 이건 제가 세계사 심각한 알못이라 그렇겠지요….
그리고, 떡밥에 대한 해결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작품 전체적으로 은유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해서,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니까 편하게 아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되었구나 하고 알려주지는 않는다……ㅠㅠ. 사실 나도 이해 안되는 부분 쫌 있어서 구글에 검색해봄 ㅋㅋㅋㅋㅋ. 그리고 전반적으로 큰 스토리라인을 잡기 힘든 느낌? 그러니까 대부분 판소는 메인 빌런이 있고… 최후의 결전같은 게 있고… 그런 느낌인데 이 소설도 분명 그런 게 존재는 한다. 근데 대상이 크툴루잖아? 냐루잖아? 그러니까 속 시원한 한판결승! 승리! 이런 장면이 없는 거지. 이게 작가 특유의 은유적 문체랑 결합되어서 엥?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싶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데 에필로그를 좀 더 길게 써줬으면 어땠을까… ㅠㅠㅠㅠㅠㅠㅠ. 저는 홈즈도 궁금하구요… 그냥 그동안 뭔가 함께했던 애들 전부가 궁금한데요…. 휴ㅜ 이건 그냥 내가 등장인물과 정이 들어서 아쉬운 점.
개인적으로 우주를 닫는 것에 성공한 건지? (이게 작품의 메인 목표) 여부는 역시 닫았다고 생각하고, 이제 독자들 사이에서 분분한 의견은 이게 미래편에 나왔던 20년 후의 필레몬 허버트와 동일인물이 되는 건지. 그러니까, 과거의 자신에게 살해당하고 자신이 우주를 닫은 걸 후회하는 그 필레몬이 되는 건지. 그러면 레몬 아저씨에게 너무 비극적인 엔딩이잖아…. 에필로그에서 필레몬만 낯선 해변에서 눈을 떠서 더 이런 추측이 생기는 것 같다. 월터였나 그 고아들 중 병으로 제일 일찍 죽는 그 아이가 열이 난다는 내용이 에필로그에 있어서 더욱 그 추측이….
하지만! 감기도령이 작가의 말에 자신은 해피엔딩을 낼 거라는 뉘앙스로 얘기했다고 해서 작중의 필레몬 아저씨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고아 아이들과 마리와의 일상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런 '인간적'인 생활을 하면 어떨까 싶다. 사실 필레몬도 은연중에 느꼈듯 그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를 정말 길게 썼지만… 결론은 추천하는 소설이고, (단, 취향 탈 수 있음 아무에게나 추천하기는 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또 이런 소설을 찾기는 정말 힘들 것 같아서 슬프다. 하지만 재미있었어….